" 5월 15일에 하늘마음 번개모임을 하면서 소식지를 만들었습니다.
자녀 사별자를 위한 이 작은 소식지가 희망을 전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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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통신 4호

<자녀 사별자모임 ‘하늘마음’ 소식지 >                      2010. 9. 12

시간이 흘러도 같은 마음

                                                          -글쓴이: 박사랑(하늘마음 ID)

제가 뱃속의 아이를 잃은 지 만 3년이 되었습니다. 2007년 5월 27일이었으니까요.

이듬해 수녀님께 말씀 드리길, 유산 됐을 때나 지금이나 제 마음의 고통이 똑같다고 했더니 수녀님께서는 '어휴, 어떻게 하려고 그래...?' 하시더군요. 저 스스로도 '시간이 약'이라는 말과 어긋나게 왜 저의 마음이 제 자리에 머물러 있는지 이해가 안 되었습니다. 그런데 하늘마음 카페 분들도 그렇더군요. 자식을 잃은 어미의 마음이 시간이 흐른다고 달라질 게 뭐랍니까. 누가 잊으라 해도 저 스스로가 잊고 싶지 않고, 마음 아파도 그리워하며 사는 걸 택한 것 같아요. 자식을 향한 부모의 마음, 그것은 곧 우리를 향한 하느님의 마음을 엿볼 수 있게 합니다. 제 마음을 제가 보고 위로도 받습니다. 우리를 향한 하느님의 마음은, 저보다 더 할 테니까요. 유산을 하고, 같은 엄마들의 카페 방에 들어가 글을 읽어보았으나 제 답답함을 조금도 풀어주지 못했습니다. 의학적 얘기, 병원 얘기가 주였습니다. 저는 그런 말을 듣고 싶은 게 아니고 삶과 죽음, 하느님의 섭리, 사랑에 대한 궁금증과 목마름이 있었거든요.

하늘마음 모임에 나가 미사 강론을 들으면서 많은 힘을 얻어가곤 합니다. 그런데 하늘마음의 회원들과 저는 또 다른 면이 있어(유산으로 아이를 잃은 것) 공감대 형성이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겪어보지 않은 일에 대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인간의 한계를 인정합니다. 그러나 무거운 십자가를 졌다는 것만은 같은 듯합니다. '이 세상 누구도, 예수님의 고통보다는 작다'라고 말한 어느 성녀의 말씀이 많은 위로가 되었습니다. 이 짐을 언제까지 져야 하나 답답할 때 누가 그랬어요. 아침에 일어나면 20년이 훌쩍 흘러가 버렸으면 좋겠다고... 딱 제 마음입니다. 20년이 아니라 30년, 40년이 흘러가 버려 하느님을 빨리 만나 뵙기를 소망합니다. 무엇보다 저 스스로 인생을 마감하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얼마 전 친정 할머니께서 임종하셨습니다. 친정엄마만 임종을 지키셨는데 참 신비로운 경험을 하셨답니다. 할머니가 임종이 시작되어 1시간가량 되었을 때입니다. 검은 눈동자가 치켜 올라가 흰자만 거의 보이는 상황이었답니다. 그러다 갑자기 검은 눈동자가 눈 중앙으로 오더니 유리알처럼 밝게 빛나면서 좌우로 매우 빠르게 움직이더랍니다. 엄마는 직감적으로 '지금 누군가를 만나고 있나보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할머니는 2년 전 아들(친정아버지)을 먼저 보내시고 날이면 날마다 가슴 치며 통곡 하는 시간을 보내셨습니다. 아마도 친정아버지가 마중 나오신 것 같았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힘이 빠질 대로 빠져 물도 못 넘기는 임종 상태의 95세 노인이 그런 행동을 할 수 있었겠습니까. 죽었던 아들이 살아서 당신 앞에 나타나신 것 같아요. 그 기쁨과 반가움이 오죽했겠습니까. 꿈이 아닌 현실로 당신 아들을 만나신 것이지요.  

요즘 제 어깨를 누르는 십자가는 여전하지만, 기도와 묵상으로 지친 영혼이 많이 회복되고 있습니다.     

함께 나누는 이야기

[ 1 ] 헨리 나웬 저 <죽음, 가장 큰 선물>

*아무리 서로 다른 사람들도 예외 없이 힘없는 존재로 태어나 힘없는 존재로 죽습니다. 이 엄청난 진리의 빛 앞에서 생전의 작은 차이들은 희미해지고 맙니다. 이 인간적인 진리가 가끔은 슬픔의 이유로 제시되기도 합니다. '냉정한 진실'이라고 불리는 경우도 드물지 않게 있습니다. 이 진실을 엄청난 기쁨으로 발견하라는 것은 정말 큰 도전입니다. 이 기쁨은 우리가 죽음을 통해 이 땅의 모든 이들과 결속하여 함께 새로운 삶을 향해 떠난다는 사실을 깨우쳐 줌으로써 우리가 자유롭게 필멸성을 끌어안을 수 있게 해 줄 것입니다.

*셀 수 없이 많은 남녀가 가난과 무관심 속에서 죽어가고 있습니다. 그들의 형제 자매로서 우리는 가진 것들을 나누어 주어야 하고 부양해 주어야 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도 언젠가 그들처럼 죽는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자각하고 있어야 합니다. 큰 고통과 슬픔 가운데 있는 사람들은 삶에서뿐만 아니라 죽음에서도 결속할 것을 요구합니다. 우리가 기꺼이 그들의 죽음으로부터 도움을 받아 잘 죽고자 할 때에만, 우리는 그들이 잘 살도록 도울 수 있습니다. 우리가 소망을 갖고 죽음에 직면할 때에만, 우리도 관대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늙고 약해질수록 나는 점점 더 일하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내 몸과 정신은 점점 더 약해질 것입니다. 책을 읽으려면 눈을 더 가까이 들이대야 할 것이고, 이웃의 말을 이해하려면 귀를 더 가까이 가져가야 할 것입니다. 기억력이 없어져서 다른 이들의 웃음거리가 될 짓을 자주 할 것이고, 비판적인 사고력의 감퇴로 점점 재미없는 토론자가 되어갈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하나님의 성령께서 나의 연약함 속에서 당신을 드러내시고 그가 원하는 곳으로 움직이셔서, 형편없이 쇠락해가는 내 몸과 정신에서 열매를 맺으시리라 믿습니다. 그러므로 나의 죽음은 참으로 새로운 출생이 될 것입니다.

*부활은 하나님께 속해 있는 어떤 것도 헛되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보여주시는 하나님의 방식입니다. 우리의 유한한 몸을 포함해서 하나님께 속해 있는 것은 그 무엇이라도 헛되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 부활은 죽음 뒤에 있을 삶에 대한 우리의 호기심 어린 질문, 예를 들어 '그 삶이란 어떤 것일까? 어떤 모습일까?' 하는 식의 질문에도 대답해 주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부활은 사랑이 죽음보다 강하다는 사실을 참으로 계시해 줍니다. 그 계시를 받은 후에는 왜, 어디서, 어떻게, 언제라는 질문들을 가만히 한쪽으로 밀어놓고 침묵하는 가운데 단순히 믿으면 되는 것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은 당신의 친구들과 먹고 마시는 가운데,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과 서로를 향한 우리의 사랑과 전에 살았던 사람들과 후에 올 사람들을 향한 우리의 사랑이 한 순간의 경험이 아니라 시공간을 초월하는 영원한 실재임을 드러내셨습니다. 또한 부활하신 주님은 찔린 손과 발과 옆구리를 친구들에게 보여주시면서, 고통스러웠던 일이건 기뻤던 일이건 우리가 육체를 입고 세상에 살면서 겪은 경험은 모두 죽음이라는 통로를 거칠 때 쓸모없는 외투처럼 우리에게서 벗겨져 나가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과 인간이 서로 나누었던 우리의 독특한 방식을 표현해 준다는 것을 드러내셨습니다.

[ 2 ]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데이비드 케슬러 저 <인생 수업>

*당신이 아름다운 정원에 앉아 있다면 당신은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다. 그러나 만일 당신이 고통 속에 있다면, 만일 당신이 상실을 경험한다면, 그리고 만일 당신이 머리를 모래에 묻는 것이 아니라 그 고통을 아주 특별한 목적으로 당신에게 주려는 선물로 여긴다면 당신은 성장할 것이다.

*...예상치 못한 비극을 겪은 사람이 왜 자신만 살아남았는지 묻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그것은 근본적으로 해답 없는 질문입니다. 그런 질문을 던지는 것은 우리가 그만큼 무의식적으로 오만하다는 증거입니다. 죽을 사람과 살 사람을 결정하는 것은 신이나 우주의 몫이기 때문입니다. 단, 우리의 질문에 해답은 있을 수 없지만, 그런 일이 일어난 이유는 있습니다. 살아남은 이들은 더 살도록 선택된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이것입니다.

 '만일 내가 더 살도록 선택 받았다면, 난 지금 과연 제대로 살고 있는가?'

*변화는 지금까지의 익숙한 상황에 작별을 고하고, 새롭고 낯선 상황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때로 우리를 불안하게 하는 것은 그 상황의 낯설음이나 익숙함이 아니라, 그 중간에 존재하는 시간입니다. 유방암을 두 차례나 이겨 낸 작가 로니 카예는 "삶에서 하나의 문이 닫히면 언제나 다른 문이 열린다. 그러나 그 사이의 복도는 매우 좁고 길다."라고 말했습니다. 변화는 대개 지금까지의 문이 닫히는 것으로 시작되는데, 그 문들의 이름은 끝, 완성, 이별, 죽음 등입니다. 그런 다음 우리는 불안정한 시기 속으로 들어갑니다. 이 시기는 닫혀진 문을 보고 슬퍼하면서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불확실한 시기입니다. 이 시기가 가장 힘이 드는 때입니다. 그러나 더 이상 견디기 힘들다고 느끼는 바로 그때 새로운 일이 일어납니다. 새로운 시작의 문이 열리는 것입니다.

*병이 깊어지면서 그녀는 끝내 남편과 헤어지게 된다는 생각에 더욱 고통스러웠습니다. 죽기 몇 시간 전, 그녀는 침대 곁에 앉아 있는 프랭크에게로 얼굴을 돌렸습니다.

 그녀는 말했습니다.

 "난 곧 떠날 거예요. 하지만 이젠 괜찮아졌어요."

 프랭크가 물었습니다.

 "괜찮아졌다니, 무슨 뜻이오?"

 "방금 누군가 내가 가게 될 곳에 당신이 이미 있다는 이야기를 해주었어요. 그곳에 가면 당신이 있을 거예요."

 과연 병실에 앉아 있는 프랭크가 사랑하는 아내를 천국에서 동시에 기다릴 수도 있을까요? 어쩌면 가능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지금쯤 시간의 개념에 대한 의문들이 당신의 머릿속을 맴돌지도 모르겠습니다. 시간 속에서 살고 숨 쉬고 있는 프랭크로서는 마거릿을 다시 보려면 5년, 10년, 아니 20년이 더 걸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녀가 가게 될 곳에 시간이라는 것이 없다면, 그녀가 도착한 1초 후에 그가 도착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시간은 죽은 자보다 살아 있는 자에게 더 긴 것입니다.

*다른 이들의 삶과 죽음을 보면서 우리는 종종 그들이 너무 일찍 갔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그들의 삶이 미완성이라고 생각하지만, 삶의 완성에는 단 두 가지가 필요할 뿐입니다. 탄생과 죽음이 그것입니다. 우리는 100세 가까이 살면서 멋진 삶을 살아야 그것이 마치 완성된 삶인 것처럼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미완성인 채로 죽었다고 여깁니다....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삶 속에서 무엇을 배울지, 그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또 그들이 어느 정도의 시간을 갖게 될지 모릅니다. 받아들이기 힘들겠지만, 중요한 것은 주어진 시간이 다하기 전까지 우리는 죽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죽는 것은 때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 심한 병을 앓거나 큰 상실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모든 일이 잘될 거라고 상상하려면 큰 믿음이 필요합니다. ...벽에 머리를 세게 부딪쳐야 하는 상황은 우리 스스로가 만드는 것입니다. 만일 우리가 계속 힘들게 발버둥치고 있다면, 그것은 어쩌면 우주가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말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언제든 스스로를 휴식하게 할 수 있습니다. 직업이나 관계, 상황 등을 계속해서 붙잡고 있을 필요는 없습니다. 삶이 예정된 대로 전개된다는 사실을 알면 단순히 휴식할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삶은 각자에게 주어지는 시험과 도전으로 이루어진 학교입니다. 배울 수 있는 모든 것을 배웠을 때, 또한 가르칠 수 있는 모든 것을 가르쳤을 때, 우리는 집으로 돌아갑니다.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알기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두 살 된 아이를 잃은 부모는 그 아이가 부모에게 자비와 사랑을 가르치기 위해 여기에 왔을 수도 있음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우리는 우리가 배우는 것을 쉽게 이해하지 못할 뿐 아니라,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도 모를 때가 많습니다. 모든 것을 완벽하게 배운다는 것은 불가능하며, 이번 삶에서는 깨닫지 못하게 될 배움들도 많습니다.

*모든 악몽은 언젠가는 삶의 일부인 축복으로 바뀝니다. 우리가 폭풍우를 막았다면 폭풍우로 생긴 그랜드캐년 같은 장관은 보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많은 환자들이 암이나 그 밖의 다른 병을 얻기 바로 직전의 순간으로 기적처럼 돌아가 앞으로 일어날 일을 지울 수 있다 해도,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대답한 이유일 것입니다. ...삶의 가장 어두운 시간에도 우리는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 생에서 당신이 누구인지 아는 것은 중요합니다. 영혼이 성장할수록 가장 큰 두려움인 죽음조차도 점점 작아집니다. 미켈란젤로가 말했습니다. '삶이 즐겁다면 죽음도 그래야 한다. 그것은 같은 주인의 손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우리에게 삶, 행복, 사랑, 그 이상의 것들을 가져다주는 손은 죽음을 끔찍한 경험으로 만들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누군가 말했듯이, 끝은 단지 거꾸로 된 시작일 뿐입니다.

사별자 모임 소식

*다음 카페에 배우자, 자녀 사별자를 위한 ‘cafe.daum.net/lossandgrief’를 방문하면 사별자를 위한 정보와 모임을 알 수 있습니다.

*자녀 사별모임인 ‘하늘마음’의 자조 모임이 매달 둘째 주 일요일에 있습니다. 10월 모임은 10월 10일 (일요일) 오후 2시- 5시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후에 카페의 번개모임방 게시판에 공지하겠습니다.